[당구닷컴=이현우 텍사스A&M대 교수]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이현우 교수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단연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걸린 손흥민의 군복무 이슈에 외신들도 기사를 쏟아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야만 병역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욱 극적인 승부였다.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 경기종료 순간 그라운드로 뛰쳐 나가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숙적 일본을 2-1로 꺾고 얻은 금메달이기에 국민들도 그 기쁨에 공감했다.

하지만 그 기쁜 표정 가운데 병역혜택에 대한 안도감 또한 엿볼 수 있기에, 현재 국민 정서가 갈리고 사회적으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서는 모두 42명의 선수가 병역 특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특례 제도는 왜 비판받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만들면 안 된다는 법의 취지와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주어지는 병역특례 제도의 특성상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1일(현지시각) 오후 인도네시아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한민국과 일본의 금메달 결정전 경기. 한국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올림픽 무대에서는 어떠한 메달도 해당이 되지만 아시안 게임에서는 금메달이 요구된다. 또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종목이 아니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단체전의 경우 1분 이상을 뛰어야 하기 때문에 2012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에서는 동메달이 굳어지자 경기 종료 4분여를 앞두고 머쓱한 교체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리고 체육계보다 예술계에서 병역특례 혜택을 더 많이 받던 2010년에는 혜택이 제공되던 국제 음악 경연대회가 대폭 축소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예술 체육계를 이끄는 차세대 엘리트들을 위해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마련되었고 늘 형평성의 문제가 뒤따랐지만, 최근에는 ‘BTS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서 조차 병역특례에 대한 의견들이 갈리고 있다.

클래식 음악과 올림픽 종목의 엘리트 못지 않게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달성한 방탄소년단의 국가적 공헌도 대단한 것인데, 대중음악을 하는 이들은 혜택을 왜 못 받느냐는 주장은 어찌보면 타당성이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필자는 이 문제의 뿌리는 우리나라의 특수성과 국가주의에 열광하던 과거가 빚어낸 가치전도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분단이라는 특수상황 아래 모든 청년들에게 군복무의 의무가 주어졌고, 군사정권 때부터 국위선양과 국민의 건강, 건전성, 그리고 애국심 함양에 도움을 준다는 미명 아래 스포츠 단체들을 국가기관에 종속시켜 엘리트 체육을 육성했다.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위선양’, ‘국민통합’ 이라는 명목 하에 스포츠가 다른 분야에 비해서 국민들에게 더 많은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국가주의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스포츠로 인한 국위선양 혹은 국민통합의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손흥민 선수와 같은 경우는 국위선양과 국민통합이라는 효과를 낳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국민에게는 그저 ‘특권’으로만 비춰질 수도 있는 문제다.

미국에서 손흥민이 더 유명하고 널리 알려졌을까, 아니면 싸이나 방탄소년단이 더 널리 알려졌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다. ‘BTS법’이라는 이름이 더욱 상징성을 갖는 이유다.

국가주의가 강요되던 과거에는 체육인이나 예술인의 국제적 활약이 우리 ‘국가’의 우수성으로 상징화 되면서 성장과도기에 살던 국민들에게 위로를 제공했다. 이는 국가의 우수성이 병역의 의무보다 그 가치가 인정되고 우선시 되었다고 여겨질 수 있다.

방탄소년단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서울 투어/빅히트 제공

미국에서는 휴가 나온 군인들에게 터미널에서 박수를 보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군대는 으레 문제가 산재된 곳으로 여겨지고, 휴전 및 분단의 위험성과 현실의 모순 사이에서 국론은 흩어지고 여러 가지 사회적 자원들이 낭비되고 있다.

현재 병역특례 이슈도 그렇다. 일관된 방향성에 따른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실례로, 병무청장이 이 문제를 적극 검토한다고 하였다가 국방부에서 현재 검토되는 것이 없다고 하는 일도 있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의 정상들이 만나고 종전(終戰)까지 거론되는 작금에 우리는 어떠한 방향성을 견지해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지만,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과정에 일관된 비전을 제시하고 모두가 동등하게 국방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골자가 마련된다면 국방의무의 가치가 더욱 존중받고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국론분열이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취임 전부터 국방개혁을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병역특례를 개선할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이유다.

경기 연천군 제28사단 신병교육대대 훈련장에서 전투훈련병들이 수통의 물을 서로 뿌려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이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이 군복무를 한다는 것을 사회적 낭비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국방의 의무가 존중되는 사회는 그토록 자랑스러운 젊은이들이 군복무를 하기 때문에 더욱 존경을 받는 사회일 것이다.

사회적 리더들이 가장 기초적인 의무를 공평하게 감당하는 사회를 바라보고 커다란 방향성을 잡아가야 하는 이유다.

외국에서는 흔한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 종전이 이루어지고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평화적으로 옮겨가서, 최근의 논란이 역사속의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기억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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